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끔 혼자 있다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장면이 있다. 그때는 진짜 심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겨서 눈물까지 날 지경이다. 그리고 그 사건 덕분에 나는 인생의 진리를 하나 배웠다. “재능은 배터리, 노력은 충전기.” 충전 안 하면 그냥 꺼진다.


고등학교 시절, 수리 가형 15등의 충격과 멘탈 붕괴 일기

이과인데 가형 응시자가 16명?

재능 VS 노력
math
나는 이과였고, 당연히 수능 모의고사도 수리 가형을 선택했다. 그런데 우리 반은 이상하게도 이과인데도 나형으로 도망(?) 간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가형 응시자가 고작 16명.

16명이라니… 이건 거의 반장 선거 수준의 소규모 경쟁 아닌가. “아 뭐, 꼴등만 안 하면 되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이때부터 이미 망한 거다.

의욕 바닥 + 비정기 모의고사 = 재앙의 조합

그 모의고사는 3·6·9 정기 모의고사가 아니라 4월인가 5월인가… 아무튼 비정기 모의고사였다. 이상하게 비정기 모의고사는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게다가 나는 그때 몇 달째 공부 의욕이 바닥을 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바닥을 기다가 지하로 내려갔다. 그래서 시험도 그냥 ‘아 몰라’ 모드로 풀었다. 문제 풀다가 갑자기 창밖을 보며 “저기 비둘기는 지금 뭘 생각할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적표가 나왔다

15등. 16명 중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그래도 나보다 뒤에 한 명은 있네.” 이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그 한 명이 누군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떠오른 한 친구

우리 반에는 특수반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가 있었다. 학교에서 별도 지원을 받는 친구였는데, 나는 순간적으로 ‘아… 혹시 그 친구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반 애들이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친구 주변으로 몰려들더니…

“야, 너 가형 14등이야? 대박!” “와 진짜 잘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잠깐, 그럼 나는 그 친구보다도 못 본 거야?”

머릿속에서 누군가 ‘삐—’ 하고 방송용 경고음을 울리는 느낌. 자괴감이 밀려오는데, 동시에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 책상에 엎드려서 어깨 들썩이며 웃음 참기 실패. 친구들이 왜 웃냐고 물어보는데 말도 못 하고 그냥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밝혀진 충격의 16등

그럼 16등은 누구였을까? 나랑 친한 친구였다.

내가 15등이고, 특수반 친구가 14등이라고 하니까 그 친구가 조용히 말했다.

“…사실 나 16등이야.”

그 순간 둘이 눈 마주치고 그대로 폭발했다. 둘 다 배 잡고 웃다가 숨 넘어갈 뻔했다. 그때 교실에서 들리던 소리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전부였다.

웃음이 끝나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날 배운 인생의 진리

“아…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노력 안 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특수반 친구는 아마 아이큐가 60~70 정도였고, 나는 120~130 정도, 16등한 친구도 110~120 정도였을 거다.

그런데 결과는? 노력한 사람이 이겼다. 그 단순한 진리를, 그날 아주 강렬하게 배웠다.

이후의 반전(?)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정신 차리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모의고사에서 수리 2등급까지도 나오고, 어느 정도 회복했다.

하지만… 수능은 결국 4등급이 나왔다. 인생이란 게 참 쉽지 않다.

그래도 그때의 경험 덕분에 ‘재능’이라는 게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그리고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재능은 시작점일 뿐이다. 노력은 그 시작점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결정하는 연료다. 그리고 가끔은, 인생의 중요한 깨달음이 모의고사 성적표 한 장에서 오기도 한다.

그날의 15등 사건은 웃기고, 부끄럽고, 충격적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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