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법과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가져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거지, 내가 알 필요까지는 없다.”

“법은 전문가 영역이다. 그냥 정해진 대로 따르면 된다.”


평소에는 맞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가 생겼을 때, 혹은 이미 제도가 만들어진 뒤 그 영향이 현실에서 나타났을 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게 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

“이런 건 몰랐는데… 진작 알아볼 걸.”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법과 정치에 대해 과도한 관심이 아니라, 최소한의 이해와 점검은 필요하다. 특히 이름만 들으면 좋아 보이는 제도일수록 더 그렇다.


“차별금지”라는 말이 주는 강력한 이미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이렇게 느낀다.

차별을 없애는 법

약자를 보호하는 법

반대하면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법

실제로 차별을 막고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지키는 것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이 점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갔을 때 발생한다.

“차별을 금지한다”는 취지와, “모든 개인의 주관적 인식을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구조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핵심 쟁점 : ‘생각의 존중’이 법적 의무가 될 때

일부 국가에서 논란이 되었던 사례들을 보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어떤 방향으로 해석·적용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미국 서부 지역에서 실제로 논란이 된 사례들

미국 일부 주(州)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 관련 법이 통과된 이후,

생물학적으로 100% 남성인 사람이 본인을 여성으로 인식한다는 이유만으로 여성 전용 사우나나 탈의실에 출입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핵심은 이렇다.

그 사람이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

타인의 불편이나 거부감이 ‘차별’로 해석될 수 있다

“나는 여성이다”라는 자기 인식을 존중해야 할 법적 대상으로 본다

이 상황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법의 구조상 “본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판단 기준이 된다.

논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면 생기는 문제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만약 생물학적으로 노인인 사람이

“나는 스스로를 어린이로 인식한다”며

유치원이나 어린이 공간에 들어가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것도 존중해야 할까?

물론 현실에서는 대부분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느낀다.

하지만 법이 ‘주관적 인식’을 기준으로 차별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선인지 명확히 그어지지 않는다.

즉 말은 매우 그럴듯하지만

기준이 모호하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으로 먼저 고정해버리는 구조

이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갖는 가장 큰 허점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의 차이 : 표현의 자유라는 안전장치

미국의 경우

미국은 전통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최우선 가치에 가깝다.

그래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할 수 있고

“이 법은 보완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잘못됐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다

법적·사회적 논쟁이 계속 이어진다

즉, 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수정과 비판이 가능한 구조다.

유럽의 경우

반면 일부 유럽 국가들은

차별금지 가치가 매우 강하게 법제화되어 있고

표현의 자유가 미국만큼 최우선은 아니다

그 결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어렵고

반대 의견 자체가 차별로 낙인찍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현실적인 부작용이 있어도 공론화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미 통과된 나라들에서 여러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보고되고 있음에도,

이를 자유롭게 토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한국 상황 : 이미 차별금지법은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한국에는 이미 차별금지 관련 법들이 존재한다.

이를 흔히 개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장애인 차별금지

고용 영역에서의 차별 금지

성별·연령·학력 등 특정 분야별 보호 장치


즉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나 영역에 대해 ‘맞춤형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시스템이 이미 작동 중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지붕 위의 지붕’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추가로 도입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이미 있는 법 위에 또 하나의 법을 얹는 구조


흔히 말하는 ‘옥상 위에 옥상’

법 해석 충돌 가능성

행정·사법 비용 증가

예산 비효율성


반면 일반적·개괄적 차별금지 규정은 분명히 유용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름은 비슷해도 성격과 영향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차별을 막자”는 명분만으로 접근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회적·법적 파급효과가 따른다.


중요한 것은 ‘찬성 vs 반대’가 아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무조건 반대하자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찬성하자는 것도 아니다

“새롭고 좋아 보이는 제도일수록, 한 번 더 알아보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법과 정치는 한번 만들어지면 되돌리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서야 부작용이 드러나며

그 비용은 결국 국민 전체가 부담한다

그래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차별금지”라는 말은 매우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다운 이름이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누가 판단하고?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 질문들에 답하지 않은 채 “좋은 말이니까”라는 이유로 넘어간다면 그 대가는 언젠가 현실에서 돌아온다.


새로운 법, 새로운 제도, 새로운 주장 그럴수록 조금만 더 알아보고, 조금만 더 생각해보는 태도가 우리 사회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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